보험회사에서는 자살 (극단적선택)을 한 사람에 대하여 보험금 지급의 면책규정을 적용하여 보험금 지급을 정당하게 거부할 수 있는 특약이 있다. 그러나 이 특약은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법원 판례가 있어 정리해 본다.
핵심은 망인의 극단적 선택이 자유로운 의사결정 상태였는지, 아니면 우울증등의 질병드의 급격한 악화이지 자유로운 의사선택에 의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보는가에 대한 판단이다.
대법원 2022다238800 보험금 사건
1. 관련 법리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다.
정신질환 등으로 자살한 경우,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그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그 진행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 상황과 자살 무렵 자살자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등 참조).
아울러, 의사로부터 우울병 등의 진단을 받아 상당 기간 치료를 받아왔고 그 증상과 자살 사이에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경우,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자살 무렵의 상황을 평가할 때에는 그 상황 전체의 양상과 자살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특정 시점에서의 행위를 들어 그 상황을 섣불리 평가하여서는 안 된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 한다)이 주요우울병 등의 진단을 받았던 사실, 망인이 사망 직전 음주를 하였던 사실 등을 인정하고 망인이 사망할 당시 신체적․경제적․사회적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보았음에도, 망인이 사망 직전 원고들 및 누나와 통화하며 ‘미안하다,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등 자신의 행위가 가지는 의미를 인식하고 있었던 점, 망인의 자살 방식 등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의 자살 기도가 충동적이거나 돌발적이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망인은 2010년경 우울증 진단하에 진료를 받았고 2016년경에는 주요우울병, 상세불명의 강박장애 등의 진단을 받았는데 당시 ‘자살에 대한 생각도 많은 것으로 나타나므로 치료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취지의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망인은 2018. 11.경에도 우울증 등의 진단을 받았는데 망인은 진료를 받으며 “목을 매려고”, “손목도 긋고” 등의 발언을 하였다. 당시 담당의사는 망인에 대해 ‘임상증상의 호전이 뚜렷하지 않고 병식이 부족한 상태로서 보다 집중적인 치료(입원치료 등)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소견을 밝혔다.
2) 망인은 2019년경 물품배송을 하다가 허리를 다쳐 2019. 10. 4.경까지 진료를 받았고 자살에 이르기 보름 전쯤에는 다니던 보험회사에서 퇴직하기도 하였다.
3) 망인은 자살 전날인 2019. 11. 22. 22:00경부터 자살 당일인 2019. 11. 23. 02:30경까지 소외 2, 소외 2의 여자친구 등 3명과 함께 소주 8병을 나누어 마시고 맥주 1캔을 마셨으며 자살 직전에는 많이 취해서 비틀대고 구토를 하기도 하였다. 한편 망인이 의도적으로 과도하게 음주를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기 어렵다
.
4) 이와 같이 망인은 자살 9년 전부터 주요우울병 등의 진단 하에 진료를 받아오다가 자살 1년 전에는 입원치료가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고 우울증을 겪으며 반복적으로 죽음을 생각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자살 무렵의 신체적․경제적․사회적 문제로 망인을 둘러싼 상황이 지극히 나빠졌고 특히 자살 직전 술을 많이 마신 탓으로 우울증세가 급격히 악화되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판단할 여지가 충분하다.
5) 망인이 원고들 및 누나와 통화하고 목을 매는 방식으로 자살한 것은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이후의 사정으로 볼 수 있다.
나.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들을 면밀히 살펴보거나 심리하지 않고 망인이 원고들과 누나에게 통화한 사정 내지 자살방식과 같은 특정 시점에서의 행위를 주된 근거로 들어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일반상해보험금 지급의무를 부정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보험계약 약관 면책사유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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